오스트리아 린츠의 무염시태 대성당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거대한 성당입니다. ‘마리아의 대성당’이라는 뜻의 마리엔돔(Mariendom)이라고도 불리웁니다. 그런데 바로 그 마리엔돔에서 정말이지 유례 없는 독성죄(瀆聖罪)가 저질러졌습니다. 지난 6월 27일, 페미니스트 에스터 슈트라우스(Esther Strauß)가 제작한 ‘배림’(Crowning)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이 이 대성당 내부 서쪽 경당 안에 전시되었습니다. 이는 마리엔돔 봉헌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부였으며, 당연하게도 린츠 교구장 만프레드 쇼이어 주교(Bp. Manfred Scheuer)의 허락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슈트라우스의 조각상은 “동정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출산하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상으로서, “동정 마리아”를 반라로 묘사하여 그 출산 장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슈트라우스는 복되신 동정녀를 묘사하는 기존의 수많은 교회 미술들이 출산 장면을 묘사하지 않는다며 이를 가부장제 권력의 영향으로 간주하고, 페미니즘적인 의도로 해당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7월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 전시는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세속 사회에서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틀 전인 7월 1일, 어느 한 신자가 조각상의 머리 부분을 톱으로 잘라냈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아직 조각상을 파손한 신자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2일, 오스트리아의 전통주의 가톨릭 활동가 ―2019년 아마존 시노드 당시 이른바 아마존의 성모 조각상을 테베레 강물에 내던졌던 사건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추구엘(Alexander Tschugguel)은 자신의 SNS 게시물에서 해당 신자가 자신에게 사적으로 연락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는 그 무엇보다도 천주의 성모를 위하여 그 일을 했습니다!
증오인가 사랑인가, 오늘 제 행동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단순히 천주교인이자 죄인일 뿐인 제게 있어서는, 우리 주교님들의 행동을 막는 것이 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지극히 거룩하신 그분의 어머니께 대한 모욕을 막는 것은 저와 우리의 매우 확실한 책무입니다.
…… 하지만 어찌하여 대화도 해보지 않고서 그렇게 호전적으로 행동했냐고요? 불행하게도 린츠 교구에 보낸 이메일은 무시당하고, 전화를 걸어서 비판을 하면 갑자기 끊어버리니, 비판을 제기하거나 개입할 수단이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가증스럽고 모독적인 캐리커처[슈트라우스의 조각상]를 고려할 때, 긴급하고 단호한 행동이 필요했습니다!
다만 왜 하필 캐리커처의 머리만을 파괴해야 했는지는 [파괴가] 신속하고 효율적이여야 했다는 점에서 금방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머리와 후광이 없다면, 우리 동정 마리아의 캐리커처에 관한 어떠한 문제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결국에 이 조각상은 그저 부도덕하고 품위 없는, 목 없는 조각상이 되었고, 효과적으로 우리 복되신 어머니께 대한 모독과 모욕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복되신 어머니께서 우리를 위해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주시듯이, 우리도 그분을 위해 망설임 없이 무엇이든지 행해야 합니다. 이는 기도로 시작하여 필요하다면 우리의 삶으로 끝날 것입니다.
추구엘은 그를 “린츠의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사건은 SNS에서 화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공영 방송을 포함한 주요 언론에서도 보도되었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이에 대해 “매우 난폭한 행동”이자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권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교구 측 입장 역시 뻔합니다. 주교 대리 요한 힌터마이어(Johann Hintermaier)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 작품에 관한 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사람들의 종교적 감수성에 상처를 주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화를 거부하고 예술의 자유를 공격하는 이러한 폭력적인 파괴 행위를 강경하게 규탄합니다.”
그들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권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람들의 종교적 감수성에 상처를 주는” 문제가 아닙니다. 슈트라우스의 조각상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대한 모독이며, 더불어 모든 거룩함의 샘이신 하느님 당신께 대한 모독입니다.
더욱이, 슈트라우스의 조각상은 복되신 동정녀께서 산통을 치루고 자연적인 방식으로 아기 예수를 출산하는 모습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마리아의 무염시태와 평생 동정을 부인하는 명백한 이단 선전입니다.
마리아의 무염시태와 평생 동정을 부인하는 이단
1950년, 가경자 교황 비오 12세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몽소승천 교의를 선언하면서, 복되신 동정녀께서 원죄뿐만 아니라 원죄의 귀결, 특히 하와에게 가해진 저주로부터 벗어나셨음을 오류 없이 가르쳤습니다.
“보편 학자[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복되신 동정녀를 하와와 비교하여, [복되신 동정녀께서] 하와에게 가하여졌던 네 가지 저주로부터 벗어나셨음을 명쾌하게 또 예리하게 진술하였다. …… 따라서 경애하올 천주의 성모께서는 영원으로부터 은밀한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하나이며 동일한 예정의 결정 안에서, 원죄 없으신 잉태 안에서, 신적인 모성의 지극히 완전한 동정성 안에서, 죄와 그 귀결을 이기시고 완전히 승리하신 신적인 구세주와의 고결한 연합 안에서 참여하셨다. 마침내 복되신 동정녀께서 받으신 최고 정점의 특전으로서 당신께서는 무덤에서의 부패로부터 자유롭게 보존됨을 얻으셨으며, 당신 아드님과 같이 죽음을 극복하셨다.” 1
하느님께서는 원죄의 귀결로서 하와에게 저주를 내리셨습니다. “나는 네가 임신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게 하리라.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들을 낳으리라. 너는 네 남편을 갈망하고 그는 너의 주인이 되리라”(창세 3,16).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녀께서는 이 모든 저주로부터 벗어나셨습니다. 진통을 겪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우리 주님을 자연적인 방식으로 낳지 않으셨습니다. 가톨릭교회의 믿을 교리인 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평생 동정 교의는, 마리아께서 출산 전에도 동정, 출산 시에도 동정, 출산 이후에도 동정이셨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649년, 교황 성 마르티노 1세는 선언했습니다.
“누구든지 거룩한 교부들과 일치하여 천주의 성모이시자 영원히 동정이시며 티 없으신 마리아께서, 일찍이 모든 세대에 앞서 천주 성부께로부터 낳음을 받으신 하느님 말씀을 [남자의] 씨 없이 성령으로 명확하게 또 진실로 수태하셨으며, 손상 없이 주님을 품으셨고, 출산 이후에조차 [마리아의] 동정성이 파괴될 수 없는 채로 남았음을 타당히 또 진실로 고백하지 않는다면, 단죄를 받을 것이다.” 2
마리아께서 출산 중에도 동정을 잃지 않으셨다는 것은 출산 때 그분의 태가 열리지 않았으며 어떠한 몸의 손상도 입지 않으셨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님의 잉태뿐만 아니라 그분의 성탄 역시 초자연적인 기적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부활하신 주님께서 걸어 잠긴 문을 넘어 사도들 가운데 임하셨던 것(요한 20,19 참조)과도 같은 기적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말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신적인 권능으로 말미암은 기적이라고 하여야만 한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였다(Sup. Joan. Tract. 121). ‘천주성이 있었던 육체의 실체에 있어서 닫힌 문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진실로 [우리 주님께서는] 열리지 않은 문으로 드나드실 권능이 있었기에, 성탄에 있어서 당신 어머니의 동정성은 침범당하지 않은 채로 남았다.’” 3
근대 가톨릭 신학의 가장 위대한 지성 중 하나로 평가받는 19세기 교의신학자 마티아스 요제프 쉬이벤 신부(Rev. Matthias Joseph Scheeben)는 우리 주님께서 성탄 때 닫힌 태로부터 나타나신 것을 부활 때 닫힌 무덤으로부터 나타나신 것과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의 초자연적인 성탄에서 일차적이고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당신께서 당신 어머니의 품으로부터, utero clauso et obsignato[닫히고 봉인된 태로부터]나타나셨다는 사실에 있다. 후일 당신께서 두 번째 육체적 탄생으로서 형성된 당신 부활 때에 ex sepulchro clauso et obsignato[닫히고 봉인된 무덤으로부터] 나타나셨던 것과 같이 말이다. 일차적인 것의 자연적인 귀결인 바 이차적인 요소로서 그리스도의 성탄은, effractio[파열] 및 violatio claustri virginalis[동정의 울타리를 침범함]으로 인하여 어머니의 육체적인 순결함을 침범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어머니의 고통 없이 이루어졌다.” 4
[2024-07-23 업데이트]
최종적으로, 교황 성 비오 5세가 반포했던 「트리엔트 교리서」(the Catechism of Trent)의 내용은 이 모든 것을 보편 교회에 권위 있게 가르칩니다.
“그러나 [주님의] 잉태 자체가 자연의 질서를 능가하는 것처럼, 우리 주님의 성탄도 우리가 묵상하는 데 있어서 천상적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선사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생각이나 말로 표현하는 능력 너머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주님께서] 후일 닫히고 봉인된 무덤에서 나오셔서 제자들이 모여있는 바 문이 닫혀있는 방으로 들어가신 것과 같이, 그녀의 모성적 동정성을 전혀 감소치 않으시고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이다. 또는 일상의 사례를 따르자면, 햇살이 유리의 단단한 재질을 조금이라도 깨트리거나 금이 가게끔 하지 않고 통과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와 비슷하지만 더 고상한 방식으로 어머니의 모태에서 모성적 동정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나오셨다. 그러므로 이 티 없으시고 영원하신 동정성은 우리가 [바치는] 찬송의 정당한 테마이다. 이는 성자께서 잉태되시고 탄생하실 때 동정 성모께 그토록 은혜를 베푸시어 그녀의 평생 동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보호하시면서 생명을 출산하는 힘을 부여하신 성령의 공로였다.” 5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닫힌 무덤이나 걸어잠긴 문이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하였던 것처럼, 마리아의 닫힌 태 역시 그리스도의 성탄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성탄은 순수한 기적이자 신비입니다.
객관적으로, 누군가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진통을 겪으셨으며, 자연적인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낳으셨다’라고 말한다면,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과 평생 동정이심을 부인하는 이단을 범하는 것입니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슈트라우스의 조각상은 지독하게 모욕적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끔찍한 이단 선전입니다. 린츠 교구장 쇼이어 주교는 이 모든 것을 매우 적극적으로 허락했습니다.
거룩함에 대한 존경 자체가 없는 주교
쇼이어 주교는 어째서 동정 마리아께 대한 이토록 역겹고 이단적인 독성죄를 허락했습니까? 이번 사건만큼 끔찍한 상황은 아닐지언정, 쇼이어 주교가 독성죄(또는 독성죄에 준하는 행위)를 허락한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린츠에서는 2018년부터 다섯 명의 남녀로 구성된 하이드라 팀(Hydra Team)이 린츠 교구 곳곳의 성당에서 홀리 하이드라(Holy Hydra)라고 불리우는 행사를 치루어 왔습니다. 하이드라 팀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이는 “클럽 문화와 종교 및 사회 사이의 담론을 목적으로 성스러운 공간을 사용하는” 행사로서, 하이드라 팀은 “건축학적으로 독특하며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공간을, 종교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신앙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그러한 공간들을 발견하게끔 만들기 위하여 개방하는 것을” 위하여 성당에서 경신례와는 전혀 상관 없는 클럽문화 공연을 개최합니다.
하이드라 팀이 어떤 행사와 공연을 진행하는지 해당 링크의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앙 및 거룩함과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합니다!
「가톨릭 백과사전」(Catholic Encyclopedia)에 따르면, “성당을 외양간이나 시장으로 만들거나 연회장으로 사용하는 것, 또는 [성당에서] 순전히 세속적인 관심사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판을 벌이는 것”을 장소적 독성죄[Local Sacrilege]로 분류합니다. 성당은 오로지 하느님을 경배하는 장소로서 봉헌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성전에서 사고 파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마태 21,13)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슈트라우스는 파손된 조각상을 복구하여 다시 전시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몇 년 째 독성죄에 준하는 행위를 방임하고, 마침내 이단적인 선전까지 흔쾌히 승낙하여 주님의 거룩한 성전을 모독하는 쇼이어 주교는 마땅히 회개해야 하며, 교회의 권위로부터 마땅한 징계를 받아야 합니다.
만일 그가 회개도 하지 않고 징계도 받지 아니한다면, 그 모든 책임을 마지막 날 우리 주님의 심판을 통하여 영원히 치루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올 어머니께 끼쳐드린 이 끔찍한 모독을 우리는 어떻게 배상해야 할까요? 모든 충실한 신자를 대신하여 잠시라도 모독을 중단시킨 “린츠의 영웅”의 용기에 더 없는 찬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 비오 12세, 사도헌장 Munificentissimus Deus, 30항, 40항, ofelixculpa.com 번역. [본문으로]
- 성 마르티노 1세, 라테라노 시노드, 제5회기, 규범 제3조, ofelixculpa.com 번역. [본문으로]
- 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Summa Theologiae), III, q. 28, a. 2, ad 3, ofelixculpa.com 번역. [본문으로]
- M. J. Scheeben, Mariology, vol. 1 (St. Louis, MO: B. Herder Book Co., 1946), pp. 103-104, ofelixculpa.com 번역. [본문으로]
- The Catechism of Trent, Article III: First Part: “The Nativity of Christ Transcends the Order of Nature”, ofelixculpa.com 번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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