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치워버린 탓에 부패하는 신앙
신학과 영성
2025. 2. 20.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성당들이 제단에 십자고상을 놓지 않는다. 물론 평상시에 십자고상이 없더라도 미사 전례 때 행렬용 십자고상을 배치한다면야 괜찮겠다만은 그조차도 하지 않는 본당들도 더러 있다. 설령 미사 때 십자고상을 놓더라도 최대한 고통당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게끔 아주 작거나, 지나치게 추상화되었거나, 일말의 고통도 보이지 않는 그런 십자고상을 놓으려 한다. (애당초 ‘고상’(苦像)이긴 하려나?) 17세기 교황 베네딕토 14세 당시에도 이런 모습이 로마와 주변 지역 교회들에서 나타났던 모양이다. 물론, 베네딕토 14세는 이러한 상황을 “부패”(corruzióne)라고 부르며 질타했고, 미사 때 사제와 신자들이 똑똑히 목격할 수 있게끔 제단에 십자고상을..